1. 건강의 상징 마라톤, 그러나 뜻밖의 경고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은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도전 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꾸준히 해온 사람들은 보통 심폐 기능이 강하고 체력이 뛰어나며, 비만이나 대사 질환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통념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건강했던 젊은 러너들이 대장암에 걸린 사례가 보고된 것입니다.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이노바 샤르 암 연구소의 티머시 캐넌 박사는 세 명의 러너 환자를 계기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가족력이나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었고, 최연장자가 40세에 불과했지만 이미 대장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두 명은 울트라마라톤을 즐겼고, 한 명은 1년 동안 하프 마라톤을 13회 완주했을 정도로 뛰어난 체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극단적 달리기가 대장암 발병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2. 연구 개요와 참가자들의 특징
캐넌 박사와 연구팀은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35세에서 50세 사이의 마라톤·울트라마라톤 애호가 100명을 모집해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42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55%였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사람들은 마라톤 풀코스를 최소 5회 이상 완주했거나 울트라마라톤을 최소 2회 이상 완주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평소에도 매주 32km에서 64km를 달릴 정도로 운동량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대장암 유전적 요인이나 염증성 장 질환을 가진 사람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해, 가능한 한 달리기 자체와의 연관성을 보기 위해 조건을 제한했습니다. 연구진은 2022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참가자 전원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식습관과 달리기 패턴 등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연구의 철저함 덕분에 이번 결과는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으며, 2025년 초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회의에서 발표되었습니다.
3. 충격적인 연구 결과와 원인 가설
연구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놀라웠습니다.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에서 샘종(선종)이 발견되었고, 그중 15%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진행성 샘종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일반 인구의 40대 후반에서 보고되는 발생률(4.5~6%)의 몇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심지어 대장암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원주민(12%)보다도 높은 결과였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미 직장 출혈 같은 대장암의 초기 경고 신호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연구진은 크게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허혈성 대장염입니다. 장거리 달리기 중에는 혈액이 다리 근육으로 집중되고 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대장이 일시적으로 산소 부족 상태가 됩니다. 반복적인 세포 손상과 회복 과정에서 만성 염증이 생기고, 이때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초가공식품 섭취입니다. 러너들은 장시간 달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에너지 젤이나 바 같은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물론 연구진도 이번 결과가 달리기와 대장암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극한의 지구력 운동이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4. 달리기를 계속해도 괜찮을까? 전문가들의 조언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럼 달리기를 멈춰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운동은 여전히 건강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심혈관 질환 예방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운동을 멈추라’가 아니라 ‘몸의 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달리기 중에 복통, 묽은 변, 혈변 같은 증상이 있다면 단순히 운동 후유증으로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45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장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 수분 섭취, 과도한 초가공식품 섭취 제한도 중요합니다. 요약하면, 달리기는 분명 건강에 이롭지만 극한 운동과 무리한 도전은 대장암 위험 신호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몸 상태를 세심히 살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정리 요약
- 연구 배경: 건강한 젊은 러너 3명이 대장암에 걸린 사례에서 출발.
- 연구 내용: 35~50세 마라톤, 울트라마라톤 애호가 100명 대상 2024년 대장 내시경 검사.
- 결과: 절반에서 샘종, 15%는 진행성 샘종 발견 → 일반 인구보다 훨씬 높음.
- 가능한 원인: 허혈성 대장염, 초가공식품 섭취.
- 전문가 조언: 운동은 계속하되, 경고 신호(복통·혈변 등)는 절대 무시하지 말고 정기 검진을 받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