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에서 정기예금 금리표를 보며 흐뭇해하는 50대 여성과, 그 옆에 놓인 영수증과 계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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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행 가시면 기분이 좀 좋아지실 겁니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3.45%까지 올라왔거든요. 몇 년 전 1%대를 생각하면 꿈같은 숫자죠.
저도 그래서 "이제 예금만 해도 되겠네" 싶었습니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손이 멈췄어요.
이자에서 세금 15.4%를 떼면 2.92%가 남습니다. 여기서 물가 오른 만큼(8월 3.1%)을 빼면요.
마이너스 0.18%입니다.
1년을 꼬박 맡겨뒀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은 오히려 조금 줄어든 거예요.
오늘 글 한눈에 보기
· 지금 예금 금리가 어디까지 올라왔나
· 세금과 물가를 빼면 실제로 얼마가 남나
· 예금자보호 1억 원, 이건 진짜 좋아졌습니다
· 그런데 왜 저축은행으로 돈이 안 갔을까
· 그래서 예금에 얼마나 둬야 하나
[3.45%라고 적힌 큰 풍선에서 '세금'과 '물가'라는 이름의 바람이 빠져나가 쪼그라드는 일러스트]

지금 예금 금리는 이 정도입니다
먼저 어디가 얼마를 주는지 정리해 볼게요.
| 구분 | 1년 정기예금 금리 |
|---|---|
| 5대 시중은행 | 3.30~3.45% |
| 인터넷은행 | 3.60% 안팎 |
| 저축은행 79곳 평균 | 3.90% |
| 저축은행 최고 (7월 기준) | 4.63% |
연초에는 2%대 후반이었는데 꽤 올라왔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려 3.00%까지 끌어올린 영향입니다.
다만 저축은행 최고금리는 7월에 공시된 숫자라 지금은 달라져 있을 거예요.
금리는 수시로 바뀌니까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한눈에'에서 직접 비교해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은행별로 한 화면에 쭉 나와요.
저는 예금 알아볼 때 여기부터 열어봅니다. 창구에서 권하는 상품만 보면 시야가 좁아지더라고요.
세금하고 물가를 빼봐야 진짜 숫자입니다
여기가 오늘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요.
예금 이자에는 15.4%의 세금이 붙습니다. 통장에 찍힐 때 이미 떼고 들어와요.
그리고 물가가 오른 만큼은 내 돈의 힘이 줄어든 거니까, 그것도 빼야 진짜 남은 게 보입니다.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올랐어요. 7월 2.8%보다 더 높아졌고요.
그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 표면 금리 | 세금 떼면 | 물가까지 빼면 |
|---|---|---|
| 3.45% | 2.92% | -0.18% |
| 4.00% | 3.38% | +0.28% |
| 4.63% | 3.92% | +0.82% |
시중은행 3.45%로는 본전도 안 됩니다.
저축은행에서 4.63%를 받아야 겨우 0.82% 남아요. 1억을 맡기면 1년에 82만 원인 셈이죠.
"4% 예금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왜 위험한지 여기서 보입니다.
저도 이 표를 만들어 보고 한참 들여다봤어요. 숫자는 분명 플러스인데 실제로는 제자리인 게 참 얄궂더라고요.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뭘 살 수 있느냐가 진짜 수익률이었어요.
[장바구니 두 개가 나란히 있고 작년 것은 가득, 올해 것은 같은 돈인데 덜 담긴 모습의 비교 일러스트]

예금자보호 1억 원, 이건 진짜 좋아졌습니다
부정적인 얘기만 했는데, 확실히 좋아진 것도 있어요.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2025년 9월 1일부터 적용됐고요.
2001년 이후 24년 만의 변화예요. 꽤 큰 일입니다.
예전에는 저축은행에 5,000만 원까지만 넣고 여기저기 쪼개야 했잖아요. 이제 한 곳에 1억까지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초보자분들이 자주 놓치는 게 하나 있어요.
1억은 원금이 아니라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입니다.
4% 예금에 9,500만 원을 넣으면 1년 뒤 이자가 380만 원이라 합계 9,880만 원, 아슬아슬하게 들어옵니다.
그런데 만기를 2년, 3년으로 길게 잡으면 이자가 쌓여서 1억을 넘어가요. 넘어간 부분은 보호가 안 됩니다.
저는 그래서 저축은행에 넣을 때 9,000만 원 선에서 끊습니다. 이자까지 넉넉히 들어오게요.
그런데 왜 저축은행으로 돈이 안 갔을까요
이게 좀 흥미롭습니다.
보호 한도를 두 배로 올렸으면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렸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상향 직후 잠깐 늘었다가,
올해 6월엔 100조 3,558억 원으로 오히려 되밀렸어요.
1년 동안 늘어난 게 1.4%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어요. 그 돈이 주식시장으로 갔거든요.
올해 코스피가 1월 초 4,224에서 6월 중순 9,385까지 올랐습니다. 반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뛴 거예요.
옆에서 그걸 보고 있으면 4% 예금이 답답해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1억 넣어둘 바엔 주식 산다"는 말이 나온 이유죠.
다만 저는 이 대목을 반대로 읽었어요. 그 상승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겁니다.
지금 들어가는 건 두 배 오른 자리에서 시작하는 거고, 게다가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전부 금리를 올리는 국면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예금이냐 주식이냐"로 고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둘 다 쓰되 역할을 나누는 쪽이 맞더라고요.
[저울 한쪽에 저금통, 다른 쪽에 상승 그래프가 올라가 있고 가운데 사람이 양쪽에 조금씩 나눠 담는 모습]

그래서 예금에 얼마나 둘까요
제가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1~2년 안에 쓸 돈만 예금에. 그게 전부예요.
생활비, 자녀 결혼 자금, 병원비 대비 같은 날짜가 정해진 돈이요.
이 돈은 수익률을 따질 자리가 아닙니다. 필요할 때 그대로 있어야 하는 돈이니까요.
반대로 10년, 20년 뒤에 쓸 돈까지 예금에 두면 아까 본 마이너스 0.18%가 계속 쌓입니다.
10년이면 물가한테 야금야금 밀려서 꽤 차이가 나요.
한 가지 더 참고하실 게 있어요. 예금 이자도 이자·배당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라면 연 1,000만 원을 넘는 순간 전액이 소득으로 잡혀 보험료가 뜁니다.
4% 기준으로 2억 5,000만 원쯤 예금에 두면 이자가 1,000만 원이에요. 생각보다 금방 닿습니다.
저도 이 계산을 해보고 예금 비중을 조금 줄였어요. 안전하자고 넣어뒀다가 건보료로 되돌려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건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첫째, 특판 쫓아다니지 마세요.
"연 5% 특판" 같은 문구 보면 마음이 급해지죠.
그런데 대부분 한도가 정해져 있거나 3개월, 6개월짜리입니다.
조건을 자세히 보면 급여이체나 카드 실적이 붙어 있기도 하고요.
5%를 3개월만 받으면 1년으로 환산했을 때 1.25% 받은 것과 같습니다. 숫자에 속기 쉬워요.
저도 예전에 특판 쫓아서 계좌를 네 개나 만들었다가, 만기 관리가 안 돼서 한동안 헤맨 적이 있습니다.
이자 몇만 원 더 받자고 고생한 거죠.
둘째, 만기를 한 날짜에 몰아두지 마세요.
1억을 한 번에 1년짜리로 묶어두면, 만기 때 금리가 확 떨어져 있어도 선택지가 없습니다.
6개월, 1년, 2년으로 쪼개서 만기가 번갈아 돌아오게 해 두시면 어느 시점에 금리가 좋아도 일부는 갈아탈 수 있어요.
셋째, "예금만으로 은퇴 30년"은 어렵습니다.
이게 제일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지금 금리가 높아 보이지만, 금리는 언젠가 다시 내려옵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요.
은퇴하고 20년, 30년을 사셔야 하는데 그동안 실질 수익률이 0% 근처라면 원금을 조금씩 헐어 쓰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성장 자산은 남겨두시라는 거예요. 공격하려고 가 아니라 물가한테 안 지려고요.
이번 주에 해보실 3가지
☐ 내 예금 금리에서 15.4%를 떼고, 거기서 3.1%를 빼보기
☐ 한 은행에 원금+이자가 1억을 넘는 돈이 있는지 확인하기
☐ 예금 만기가 한 날짜에 몰려 있지 않은지 달력에 적어보기
[달력에 예금 만기일이 6개월 간격으로 흩어져 표시된 사다리 모양 일러스트]

안전한 것과 안 줄어드는 것은 다릅니다
맨 앞의 숫자로 돌아가 볼게요.
3.45% 예금이 세금과 물가를 빼면 마이너스 0.18%였던 그 계산이요.
예금은 분명 안전합니다. 원금이 줄어드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안전한 것과 안 줄어드는 것은 다른 얘기더라고요.
통장 숫자는 그대로인데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들면, 그것도 줄어든 겁니다. 다만 눈에 안 보일 뿐이죠.
그렇다고 예금을 다 빼서 어딘가에 넣으시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1~2년 안에 쓸 돈은 반드시 예금에 있어야 해요. 그건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잠을 잘 자느냐의 문제니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예금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전부 넣어두지는 마시라는 것, 딱 그 하나입니다.
오늘 통장 하나만 꺼내서 계산기 두드려 보세요. 5분이면 됩니다.
오늘의 한 줄
3.45% 예금도 세금 15.4%와 물가 3.1%를 빼면 실질은 마이너스입니다.
1~2년 안에 쓸 돈만 예금에 두고, 나머지는 물가를 이길 자리에 남겨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