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이 적힌 명세서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50대 남성과 놀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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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퇴직연금으로 583만 명이 받은 수익률이 2.63%입니다.
같은 해, 같은 제도 안에서 39만 명은 14.93%를 받았어요.
12% p가 넘게 차이 납니다.
종목을 잘 골라서도 아니고, 타이밍을 맞혀서도 아니에요. 가입할 때 뭘 골랐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저도 이 숫자를 보고 제 IRP 계좌를 열어봤어요. 그러고는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혹시 퇴직연금 명세서를 받아만 보고 덮어두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딱 5분만 같이 보시죠.
오늘 글 한눈에 보기
· 디폴트옵션이 뭔지 쉽게 풀어드립니다
· 유형별 수익률 차이가 12% p까지 납니다
· 85%가 왜 안정형에 몰려 있을까
· 그 안정형이 정기예금보다도 못했습니다
· 정부도 손보는 중, 나는 뭘 해야 하나
[두 갈래 길 앞에 선 사람, 한쪽은 평평하고 짧은 길, 다른 쪽은 오르막이지만 높은 곳으로 이어진 길]

디폴트옵션, 이름만 어렵지 별거 아닙니다
먼저 용어부터 풀고 갈게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퇴직연금 계좌에 돈은 들어왔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고르고 있으면,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알아서 굴려주는 장치예요.
식당에서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했을 때 나오는 기본 메뉴 같은 거죠.
돈이 통장에서 놀고 있는 게 아까우니 2023년에 만든 제도입니다. 취지는 좋았어요.
문제는 이 '기본 메뉴'를 고를 때 대부분 제일 안전해 보이는 걸 찍어놓고는 그대로 두신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 가입할 때 뭘 고르라길래 깊이 생각 안 하고 안전한 쪽에 체크했거든요. 그게 10년 갈 줄 몰랐죠.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정리된 자료를 보면 이렇게 갈립니다.
| 유형 | 가입자 | 비중 | 2025년 수익률 |
|---|---|---|---|
| 안정형 | 583만 명 | 85.4% | 2.63% |
| 안정투자형 | 64만 명 | 7.3% | 7.47% |
| 중립투자형 | 48만 명 | 4.7% | 10.81% |
| 적극투자형 | 39만 명 | 2.6% | 14.93% |
디폴트옵션에 들어있는 돈이 총 53조 3,000억 원인데, 그중 45조 5,000억 원이 안정형에 있습니다.
1억을 넣어뒀다고 치면 안정형은 1년에 263만 원, 적극투자형은 1,493만 원이에요.
1,200만 원 차이입니다. 한 해만에요.
여기서 꼭 짚고 갈 게 하나 있어요. 2025년은 주식이 아주 좋았던 해입니다.
그러니까 적극투자형이 항상 15%씩 준다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시장이 나쁜 해에는 반대로 크게 빠집니다.
저는 이 표를 "적극투자형으로 갈아타라"는 뜻으로 읽지 않았어요.
내가 뭘 고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100명 중 85명이 한쪽에 몰려 있고 나머지가 흩어져 있는 픽토그램 일러스트]

왜 다들 안정형에 몰려 있을까요
85.4%면 거의 다라고 봐야죠.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본값의 힘이에요. 처음 가입할 때 창구에서 설명을 쭉 듣고 나면 머리가 복잡해지잖아요.
그럴 때 "원금 보장"이라는 말이 제일 마음 편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둘째, 한 번 정하면 다시 안 들여다봅니다. 퇴직연금은 당장 쓸 돈이 아니니까요.
퇴직연금 전체로 봐도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 상품에 들어 있습니다.
전체 규모가 501조 4,000억 원이니 어마어마한 돈이 예금에 잠겨 있는 셈이죠.
셋째, 솔직히 내 돈 같지가 않아요. 매달 월급 통장에 찍히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알아서 넣어주는 돈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나중에 제 노후 생활비가 됩니다. 남의 돈이 아니라 가장 늦게 받는 제 월급이에요.
퇴직연금은 회사가 넣어주는 돈이 아니라, 내가 가장 늦게 받는 월급이더라고요.
진짜 문제는 예금보다도 못했다는 겁니다
안정형이 2.63%였다는 게 왜 문제냐면요.
지금 그냥 은행 정기예금이 그보다 높거든요.
| 구분 | 금리 / 수익률 |
|---|---|
| 디폴트옵션 안정형 (2025년) | 2.63% |
| 5대 은행 1년 정기예금 (현재) | 3.30~3.45% |
| 저축은행·상호금융 (현재) | 4%대 등장 |
수익률 올리라고 만든 제도인데, 그냥 예금만도 못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장기로 봐도 비슷해요. 퇴직연금 10년 평균 수익률이 IRP 2.99%, DC 3.09%, DB 2.27%입니다.
이 정도면 물가 오르는 속도를 겨우 따라가거나, 어떤 해엔 그마저도 못 따라갑니다.
20년, 30년을 굴려야 하는 돈인데 말이죠.
저는 이 대목에서 좀 억울했어요. 손해를 본 것도 아닌데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정부도 지금 손보는 중입니다
이게 저만 답답했던 건 아니었나 봐요.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 상품 성과 평가를 처음으로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성과가 나쁜 상품은 가입을 중지시키거나 아예 퇴출시키겠다는 겁니다.
현재 디폴트옵션 상품이 319개인데 연평균 수익률이 3.7% 수준이거든요.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퇴직연금 의무화 같은 큰 그림도 같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알아서 굴려주는 방식도 검토 중이고요.
다만 이런 건 시간이 걸립니다. 제도가 바뀌어도 내 계좌에 반영되는 건 한참 뒤예요.
그래서 저는 제도가 바뀌길 기다리기보다 일단 내 것부터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서류더미 위에 돋보기가 놓여 있고 그 옆에 '319개 상품 점검'이라고 적힌 체크리스트 일러스트]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1단계, 내가 뭘 고른 줄부터 확인하세요.
가입하신 은행이나 증권사 앱에 들어가서 '사전지정운용방법' 또는 '디폴트옵션'을 찾으시면 됩니다.
거기에 안정형인지 적극투자형인지 적혀 있어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들어가시면 내 연금 전체를 한 번에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걸 해보고 나서야 제가 5년 전에 뭘 눌렀는지 알았어요. 부끄럽지만 그랬습니다.
2단계, 나이와 남은 기간부터 보세요.
이게 제일 중요한데요. 정답은 나이마다 다릅니다.
은퇴까지 15년, 20년 남으셨다면 전부 예금에 두는 건 아깝습니다. 물가 오르는 걸 못 따라가니까요.
반대로 1~2년 안에 찾아 쓰실 돈이라면 안정형이 오히려 맞습니다. 그때 시장이 빠져 있으면 방법이 없거든요.
저는 이걸 "이 돈을 언제 꺼내 쓸 건가" 하나로 정리했어요. 그 답에 따라 비중이 정해지더라고요.
3단계, 바꾸시더라도 한 번에 다 바꾸지 마세요.
표에서 14.93%를 보고 마음이 급해지실 수 있어요. 그 마음이 제일 위험합니다.
2025년이 좋았다는 건 이미 오른 뒤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비중을 옮기시려면 몇 달에 걸쳐 조금씩 하시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참고로 IRP와 DC 계좌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어차피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니,
전부 주식형으로 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30% 제한이 꽤 고맙습니다. 제가 욕심을 부려도 절반은 자동으로 막아주니까요.
오늘 저녁에 딱 3가지만 해보세요
☐ 퇴직연금 앱에서 내 디폴트옵션이 어떤 유형인지 확인하기
☐ 작년 한 해 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몇 %였는지 찾아보기
☐ 이 돈을 몇 년 뒤에 꺼내 쓸 건지 종이에 적어보기
[휴대폰 화면에 연금 앱이 열려 있고 '사전지정운용방법' 메뉴에 동그라미가 쳐진 일러스트]

가장 늦게 받는 월급입니다
맨 앞의 숫자로 돌아가 볼게요.
583만 명이 2.63%, 39만 명이 14.93%를 받았던 그 차이요.
이걸 보고 "나도 적극투자형으로 바꿔야지" 하신다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2025년은 주식이 좋았던 해였고, 나쁜 해에는 그 숫자가 마이너스로 찍힐 테니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내가 뭘 고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게 문제입니다.
알고 안정형에 두는 것과, 모르고 안정형에 있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잖아요.
앞의 것은 선택이고, 뒤의 것은 방치니까요.
오늘 저녁에 앱 한 번만 열어보세요. 5분이면 됩니다.
저도 그 5분 덕분에 5년 묵은 설정을 고쳤거든요.
오늘의 한 줄
퇴직연금 가입자 85%가 안정형에 있고, 작년 수익률은 2.63%로 정기예금보다 낮았습니다. 바꾸라는 게 아니라,
내가 뭘 고른 줄은 알고 있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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